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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없고 공부가 전부인 학교, 시험지 답안을 제대로 써내지 못하는 아이는 환영하지 않는 학교로 가야하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교육위기를 공론화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꾸려진 교육 원탁회의(원탁회의) 두 번째 전체회의가 지난 19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박재동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패배의 경험을 주는 지금의 학교 교육을 재미를 주는 교육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 강성란

지난 7월 진행된 1차 전체회의에서 교육이 교육을 파괴하는 괴물로 전락한 현실을 지적한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의 기조 발제에 이어 2차 전체회의 모두 발제에 나선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학교에는 아이들의 생활과 삶이 있어야 하고 ‘공부’는 그 속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동 교수는 “초등학교 6년, 중․고교 12년 동안 교과 수업을 한 이들 대부분에게 ‘난 그림을 못 그려’, ‘수학에는 소질이 없나봐’ 등 패배의 경험을 주는 것이 현재의 교육”이라면서 “새로운 교육은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공부를 통해 재미를 찾고 아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말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원효의 화쟁 사상을 교육철학에 접목시킬 것을 제안한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인간은 타자와 자신의 관계를 인지하는 순간 타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욕망을 억제하고 연대하게 되는데 이 같은 변화는 체험이나 교육을 통해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면서 “아이들의 잠재성과 타자와 연대하고자하는 본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스스로 깨닫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교육의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이어진 가운데 이윤미 홍익대 교수는 ‘교육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가 참조할만한 외국의 모델은 있는가’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이윤미 교수는 동아시아적 교육 모델을 탈피하기 위해 배움의 공동체를 주장했던 사토 마나부 교수와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 모델을 소개한 뒤 “이들에 대한 벤치마킹에는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당장의 실현 가능한 교육을 원한다면 한국교육의 제도적 여건을 주목하고 그 기초를 변형시키는 일에 주력하는 한편 한국교육시민운동이 추구해 온 실천(혁신학교 등과 같은)의 성과를 안착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학한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 조건인 입시경쟁교육 해소를 위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김 정책기획국장은 “그동안 입시제도 개혁의 실패를 겪으면서 입시경쟁교육은 단순 입시제도 개편이 아니라 대학체제 개편과 동시에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공공성이 강화된 대학체제(대학평준화)와 대입자격고사 도입을 함께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마친 뒤 진행된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진보진영은 물론 중도 집단까지 공감할 수 있는 논리 개발에 힘쓸 것을 주문하는 한편 원탁회의 참가 대상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경쟁 강화’가 ‘경쟁력 강화’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정부 논리의 허상을 깨고 ‘초중등 교육 정상화’가 ‘경쟁력 강화’임을 알려낼 필요가 있음을 공감했다.

조희문 원탁회의 운영위원장은 “원탁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담론과 제안을 바탕으로 기존의 교육운동진영이 가진 대안을 혁신하고 재구성해 국민 공감대를 끌어내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끝으로 2차에 걸쳐 진행된 전원 토론회를 마친 원탁회의는 ▲학교폭력 해결 방안 ▲학생인권과 교권 ▲혁신학교의 성과와 과제 등 주제별 토론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